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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도 모두들 즐거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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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보다 항상 조금 늦게 새해 포스팅을 해왔던 듯, 올해도 뭐 한해 소감 및 새해 인사를 슬슬 해본다. 그래도 설 전에는 인사할 수 있겠지-_- (아니었다)

누가 뭐라 해도 2016년의 가장 큰 일은 이미 몇 안되는 포스팅 중 하나에서 언급했듯이 이사. 사실 9월의 마지막 날 떠났으니 3개월을 살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일단 거의 1주일에 걸쳐서 이사하고, 그 다음은 주말에 어차피 집도 없는 거 산쪽에서 자야겠다 싶어서 록키 쪽에서 자고, 4주 정도는 아틀란타, 1주일은 올랜도, 2.5주는 한국, 0.5주씩 죠지아 산간지역과 유타에서 지냈으니 아직 한달 정도 덴버에 있었던 셈; (이젠 아마 두달) 지난번과 다른 건, 마침내 집도 구했는데, 엊그제 유타로 오기 전에 아침에 눈을 떠서, 거의 20초 정도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어딘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정말 태어나서 가장 많은 다른 침대에서 잔 한해였을지도 모르겠다;;img_8559

여튼, 지난 한 해는, 부지런히 놀러 다녔고, 또 산, 호수, 빙하, 얼음, 눈 이런 걸 진짜 많이 본 한해였던 듯. 일단 연초에 한국 다녀온지 2개월도 안됐던 때에 아버지 은퇴 기념(핑계)으로 한국 다시 열흘만 다녀왔고, 덴버로 이사하기 전 (그리고 이사하게 될 거라고 알기도 전) 올해의 가족 여행을 캐나다 록키로 다녀온 지라 배경으로 눈 덮힌 산이 있는 호수를 한여름에 십수개 보았고, 이사하기 전에 돌아봐야 한다면서 죠지아에 있는 산길에도 더 열심히 다니고, 간만에 친구 만나겠다고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디씨와 엘에이, 올랜도에 다녀오기도 했다. (내가 굳이 만든 거긴 하지만, 4, 5년 이상씩 함께 살았던 전 동거인들과 오랜만에 꽤 긴 시간을 다시 예전처럼 좁은 공간에서 보낼 기회가 있었던 것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꽤나 새롭지만, 줄창 술먹으며 보낸 시애틀도 있다;; 이사를 하면서 대륙의 절반 이상을 횡단했고, 추수감사절 무렵에 다시 얼마 안남은 휴가를 탈탈 털어서 십년만에 가을에 한국에 다녀오고, 새로운 동네에서도 열심히 돌아다녔다.

IMG_6715.JPG덕분에, 어머니께서 반쯤은 체념, 반쯤은 비난으로 너가 돈 모아야할 일이 뭐가 있냐고 꾸준히 말한 것을 너무 잘 들어서;;지난 해는 일년내내 꾸준히 벌었는데 늘어난 재산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하핫.

좀 더 많은 사진을 올려두고 싶지만 이대로 가다간, 설도 훌쩍 지나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때에 올릴 거 같아서 일단 말로 채워보는데, 어쨌든 돈 안되는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선 더할 나위없이 충실한 한 해였던 거 같다.

아, 그리고 올해의 큰 이득엔 작은 손해가 있는 건가, 혹은 큰 손해엔 작은 이득이 있는 건가, 가늠하긴 힘들지만, 정치와 페미니즘에 관심이 발생해버렸다. 이 손해라면, 별 생각없이 받아들이던 많은 것들에 대해 불편하게 되었다는 것. 이득이라면, 막연하게 불편했던 것들에 근거와 이유가 생겼다는 것. 그 두개의 관심이 합해져서, 아는 이도 없는데 도심의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도시라서 나가기에 어색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이만큼이나 많은 내가 모르는 이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큰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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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직업적 성취에 대한 욕망이 없는 나로선, 이 정도면 특별히 반성하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는 한 해이지만;; 새 한해에 대해서 조금 진취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매우 대충 말해서, 이제 관련된 일에서 조금 더 공부를 해보고, 관련되지 않은 일에서 조금 더 읽어보고, 모처럼 온 콜로라도에서 조금쯤은 스키를 잘 타고, 통나무보다는 뻣뻣하지 않은 몸이 되었으면 좋겠고, 조금 더 모르는 사람과 능숙하게 대화를 하고, 술과 식탐을 조금 줄일 수 있길 바란다.

그럼, 한발짝 늦었지만 언제나처럼,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덕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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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nter Peak Trail

언제는, 블로그에 열심히 쓰지 않겠어.라고 다짐한 후에 안썼는가 하지만, 지속가능한 등산을 위해선 어디에 다녀왔는지 정도는 기록해둬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등산을 다녀와서는 아주 짤막하게라도 남겨둬야겠다고, 또 얼마 갈지 모르는 다짐을 해본다. 순전히 이렇게 주변에 산이 많은데 가급적이면 같은 곳에 가지않으려는 노력.

그래서, 뭔가 더 쓰고 싶은 건 일단 한국에 다녀왔으니 그 정리이지만, 어제 다녀온 등산을 정리. 아직 한국에 다녀온 시차가 완벽하겐 적응이 안되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난 김에 록키까지 가긴 너무 멀고, 덴버 남쪽으로 사십분 가량 떨어진 곳으로 다녀왔다. 지난 몇번의 등산 결과, 약 8마일 정도가 체력에 적정선이 아닌가 싶어서 고른게 Roxborough State Park에 있는 Carpenter Peak Trail. 공원이 여덟시에 연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일어나서 아침도 챙겨 먹고, 점심도 약간 챙기고, 커피까지 사서 마시고, 기름도 넣고 갔지만, 정말로 공원문이 잠겨있었다. (보통 연다는 시간과 달리 아예 열어두는 곳이 많아서 반쯤은 열려있겠지, 하고 갔던것. ) 그래도 정말 칼같이 열어줘서 많이는 안기다리고, 너무 부지런한 사람처럼 줄서서 입장-_-

길이: 8 마일, 3.5 시간
난이도: 중
운전거리: 40분

지도의 한복판의 P 지점에서 시작해서 Carpenter Peak를 찍고, 그 방향으로 빨간 트레일을 계속 따라가다가, Powerline Trail과 Elk Valley Trail을 따라서 돌아 내려오는 대략 8마일의 코스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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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 버전의 Garden of Gods라고 불린다는 이 동네는 저렇게 붉은 돌이 약간씩 보인다.img_8356

처음 시작할 때 같이 올라가기 시작한 무리가 셋 있었는데, 이상하게 한명을 제외하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동안 다시 보지 못해서, 대단히 한적한 하이킹. 게다가 strenuous라고 공원안내문에 적혀있었지만, 꽤 평탄한 길이었다.

대신, 이게 꼭대기인데, 올라오는 길에 보이는 거랑 아주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사람도 없고 해서 이러고 혼자 잠시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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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line쪽으로 내려오니 그간 안 보이던 양반들이 이쪽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여튼 간간히 눈밭이었지만, 내린지 얼마 안된건지, 아직 파우더 상태라 그리 미끄럽지 않았다. 무려 눈 대비 스파이크도 가져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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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첫 사진과 거의 비슷한 장소인데 색이 많이 달라졌다.img_8386

결국 이걸 마치고 다시 내려오는데 왕복 8마일을 걸었지만, 저번의 8마일에 비해 너무 기별이 안오길래, 옆의 트레일을 조금 더 걸어보기로 결정. 트레일을 기록하는 거니 이건 새로운 글에.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3.5시간쯤 무리하지 않으면서, 멀리 운전하지도 않는 등산로. 풍경도 괜찮고, 한적하다. (물론 겨울이 시작되는 때라 그럴수도) 근데 poison ivy가 많다더니 과연 손에 가볍게 두드러기가 올라왔는데, 이게 너무 건조 + 차가워서인지 (거의 남아있지도 않았던) 풀 탓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사했..다고는 못하겠고, 거주지를 변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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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얼굴을 찍어가면서 올린 업데이트를 이 사이트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봤을 것인데, 이 정도의 이벤트라면 당연히 적어둬야 하지 않는가 싶다. 제목 그대로, 이사를 했다고 말하기엔 애매한데, 대체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확하게는, 집이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적합한 길이와 사진으로 올리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근래에 발생한 (혹은 발생시킨) 큰 변화에 대해서 써봐야 할 것 같다. 왜 옮겼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지. 아틀란타에서 지난 10년여를 살았는데, 이건 인생에서 살았던 도시 중 아주 긴 시간에 속해서, 제 2, 혹은 제 3의 고향이라고 할만큼의 기간이었고,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장소이며 (당시엔 잘 몰랐지만), 단순히 엄마집, 기숙사 등등이 아닌 삶을 살았던 첫 도시인지라, 여러모로 각별했었는데, 아틀란타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떠나면서, 길을 가다가 그 길에 깃든 옛 추억을 떠올리는 짓을 하고는, 이제는 떠나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동네에 생긴 새로운 맥주를 모두 마셨으며, 술친구가 모두 사라졌다는 것도 큰 요인;; ) 그러니까, 여전히 학교 근처에 살고 있었는데, 집에서 한 5분쯤 차로 나가서 빈 공간을 보면서, 아 저기에도 이러이러한 음식점이 있었는데! 라고 생각한다거나, 저기선 누구와 무얼 했더랬지라는 생각을 한다거나, 너무 익숙해져서 뇌를 끄고 운전하고 다니는 나머지, 원래 가야할 장소 대신 일터로 간다거나, 이런 일들이 몇번 일어나고 나니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것.

그렇다면, 대체 왜 덴버인가. 한국어를 하는 사람들은 대체 왜.라고 묻고, 영어로 대화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부러워하는 거 같은데, 그런 만큼 장점과 단점도 꽤 명확한 거 같다. 아틀란타를 떠날 때 후보지로는 덴버, 보스턴, 시애틀, 디씨, 뉴욕, 솔트레이크시티 정도가 있었던 거 같은데, 일단 뉴욕은 시티는 너무 비싼데 더러워서 원래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그 직전에 뉴져지에서 너무 긴 시간을 보내서 탈락. 디씨는 너무 오래 시간을 보낸 데다가 도시와 주변 자연이 그닥 매력적이지 않아서 탈락. 시애틀과 보스턴은 10월에 거주를 시작하기엔 너무 우중충해서 탈락. SLC는 맥주가 맛없고, 아무리 도시가 아니어도 된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라서 탈락;; 결국, 산 타기 좋고, 일단은 제법 도시이지만, 너무 비싸지도 않으면서, 큰 공항이 너무 멀지 않아서 출장을 다닐 수 있고, 맥주가 맛있는 동네로 정했다. 그래서 지금은 덴버, 혹은 그 근교에 있는 중.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때는 처음으로 덴버에 당도한 거였고, 지금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거의 한달쯤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옴. 왠지 이 글은 덴버에서 써야할 거 같아서이쪽 동네에 있을 때만 쓰는중이다;)

이미 짐을 싸서 나온 건 한달이 넘게 지났는데, 아직까진 덴버에서 보낸 시간이 2주 정도밖에 안되는 데다가, 그나마도 일하거나 혹은 교외로 나가서 산을 탄 덕분에, 덴버 자체는 거의 보질 못했는데, 지금까진 집이 없어서 차가 짐으로 가득하고,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아무것도 없는걸 제외하곤 매우 좋다! (짐이 친구집, 창고, 차, 들고다니는 짐, 크게 이렇게 나눠져서 이젠 뭐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_-)

아틀란타에서도 많이들 떠나가고, 각자의 삶이 바쁘고 해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덴버에 온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건 아니었다. 확실히 도시에 아는 이가 없다는 건 꽤나 다른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은건, 공기와 물이 좋고, 맥주가 맛있고, 정말 가까운 곳에 주말에 적당히 다녀올 수 있는 산이 있단거. 처음 아틀란타에 도착했을 때처럼, 어딜 봐도 왠지 사진으로 찍고 싶은 느낌이 든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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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처럼 눈밭에 별 준비 없이 산타러 갔다가 고생해서 여기저기 쑤시긴 하지만, 그리고 집 구하기 귀찮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살게될 앞으로의 1년+가 매우 기대된다! 이글을보고 있는 맥주나 산, 겨울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곳으로 오시라!

인터넷에서의 글쓰기란

인터넷에 글을 남기는 것이 부담스러워진다. 여러 사람이 보고 있고, 또 전시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보는 사람 거의 없는 트위터나 블로그 역시 그러하다. 트위터는, 내가 주로 보고 있는 글들이 이미 내가 할 말을 다 해서 그렇기도 하고, 멍청한 이야기를 했다간 한대맞을 거 같은 분위기도 그러하고, 블로그는 왠지 밀린 여행기를 써야할 거 같아서 그런 거 같다. 무엇보다 그냥 게으르다. 여튼, 그래서 오늘은 그냥 예전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봐야겠단 생각이 간만에 들었다.

근래에 짐을 좀 줄이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조금도 효율적이지 않은 한 방법은(자매품으로, 화장품 조금 더 헤프게 쓰기, 냉동실 멸치로 국물내기, 쌓여있는 라면 먹기등이 있다), 집에 쌓아두고 읽지 않은 책 중에서, 한번 읽고나면 결코 다시 읽을 거 같지 않은 책 중심으로 읽어서 팔거나 기부하겠다는 계획이다. 언젠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던 적도 있었던 거 같지만, 근래엔 그저 트위터와 남들이 먹고마신 기록을 읽는 것만으로도 벅차져서, 집에 둔 책 조차 잘 읽지 않았는데, 짐을 줄이려고 보니, 일단 읽기만 하면 별 생각없이 처분할 수 있는 책들이 눈에 보여서 읽기 시작한 것. 물론, 이년에 한번 쓰면 많이 쓰는 텐트라든가, 아버지가 오실때만 사용하는 골프클럽, 언젠가 추운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남겨둔 이불, 온갖 곳에서 기념으로 남겨둔 팜플렛 및 지도, 따위가 버려야할 물건이란 거 이론으론 안다. 그래도 감정적인 소모없이 손쉽게 버릴 수 있는 물건들이라, 짐을 정리하는 대신 간만에 책을 읽고, 냉동실의 음식을 먹고 있다는 이상한 이야기. 뭐, 결국 인터넷에서 대충 아래와 같은 표를 봤는데, 원본 찾기는 귀찮고, 대충 이런 그래프였는데, 굉장히 사실적이다.Untitled

그럼 그게 인터넷에서의 글쓰기완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가. 간만에 책을 읽다보니, 언젠가는 책을 읽고나면 기록해뒀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고, 그게 인터넷에 있었다. 그래서 간만에 뒤져보니, 역시 그곳에 그대로. 그래서 집을 정리하고, 읽은 책을 기록해두는 대신, 옛날 내가 남긴 기록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라는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하면, 대학교 때 비비에스에 내 공간을 갖는 대신, 프리챌에 내 글만 쓰는 클럽을 만들면서였던 거 같다. 해서 정말 온갖 곳에 글을 써뒀는데, 프리챌도 날라갔고, 싸이의 클럽도 날라갔고, 여러가지가 모두 사라졌지만, 아무튼 덕분에 재밌었다, 과거의 나새끼. 해서, 굉장히 한적한 이 블로그에 지금보다는 조금더 자주 쓸모없고 실없는 이야기를 나를 위해서라도 써야겠다고, 또 오늘만 생각하고 있다.

 

약간 늦은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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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으로 너무 글을 안써서 이게 내 블로그인가 싶을 정도인데다가, 블로그에 늘 계획하는 포스팅만 남기는게 아닌가 하는 겸연쩍음이 있긴 하다. 언젠간 여행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뭐, 이러나저러나, 여행을 하나 앞두고 있다.

답지않게 너무 열심히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매니저가 휴가계획을 제출하라기에, 그때 일단 휴가 날짜를 잡아놨는데, 목적지가 없었는데, google flights의 세계지도를 보며 고민하다가 스페인에 가자!라고 생각했다. 몇 안되는 이유가 있는데, 종종 한국을 시작점으로 해서 여행을 하게 되는지라, 현재 있는 곳보다 한국에서 더 접근성이 좋은 곳들을 제외하자면, 지구의 반 정도는 제할수 있게 된다. 긴 운전 사이사이 대자연을 보는 여행을 혼자 하기엔, 좀 심심할 거 같단 이유로 (이런 여행의 경우, 신체적인 능력의 제한 이외엔 특별히 취향이 갈릴게 없기에, 여럿도 괜찮은 거 같다) 북미대륙은 제할 수 있었고, 남은게 남미와 유럽. 해서 아르헨티나/브라질과 그리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리스 파산-_- 그런데 왜 스페인이 됐는지는 모르겠군. 아무도 궁금할 거 같진 않고, 내 결정이지만 잘은 모르겠는 이유를 괜시리 추측해보자면, 남미는 이과수 폭포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어서 공부를 더 많이 해야할 거 같고, 혼자 여행하기엔 왠지 유럽이 더 적합할 거 같았는데, 그리스는 못가고, 아직 못가본 남유럽쪽으로 가는걸로. 게다가 요즘 환율이, 유럽을 가야할 거 같은 환율이라.

그렇게 해서, 무려 한문단에 걸친 고민 끝에, 스페인으로 정하고, 다시 예의 세계지도를 망연히 쳐다보고 있자니, 이곳에서 스페인으로 들어가는 건 대략 마드리드 아니면 바르셀로나겠더라. 그리고 나서 스페인 지도를 들여다보니, 사실 바르셀로나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은 것도 같지만, 마드리드 부근에 아는 도시 이름 더 많음. 그리고 직항 시간표가 마드리드가 더 훌륭. 그래서 마드리드 in-out으로 정해놓은게 그래도 거의 한달 전의 이야기.

지난 주말, 드디어 미뤄선 안되겠다 싶어서, 이런 저런 준비를 하려고 들었다. 아주 대략적인 동선을 짜고 나니 위의 지도와 같이 되었는데, 버스랑 기차 시간표 보다가, 뭔가 도저히 각이 안나와서, 일부의 일정을 위해서 차를 빌리고 나니 조금 더 마음이 든든해졌는데, 문제는 아직 국제 면허증 발급 안받음-_- 작년 이맘때 받은 국제 면허증은 마침 이주전에 만료, 여권사진도 왠지 두장이나 필요하다는 데, 뒤져보니 한장뿐. 젠장. 요즘 도통 쓰지 않는 카메라 메모리를 비워서 가져가려고 켰더니 전지 부족, 어찌나 안썼는지, 작디작은 집 구석에서 충전지가 어딨는지 안보인다. 더블젠장. 내 비록 110볼트의 나라에서 살지만, 분명 220볼트의 나라에 평균적으로 일년에 한번은 방문하니, 마땅히 110 -> 220 돼지코가 제법 있을 줄 알았는데, 반대의 돼지코만 5개가 넘게;; 110v짜리 전자제품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무슨 일인가. 트리플젠장. 지난번 유럽 여행때 booking.com에서 숙소 몇개 예약하면서, 미국사이트라 내 카드 써도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수수료를 엄청 내고 배가 아팠던지라, 나름 그 대비로 해외수수료가 없는 카드를 하나 만들었는데, 유럽에서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되었다. 다른 걸 신청하기엔 너무 늦었고 귀찮지. 쿼드러플 젠장.

뭐, 그냥 젠장젠장 하다보니까, 왠지 흥이 나서 계속한거라 부인하진 않겠다;; 그러나, 지난 여름 수십번씩 국경을 넘어다니며 전문 한량이 된 때에 비하자면, 확실히 크고작은 문제에 한꺼번에 당면하긴 한다. 게다가 놀러다니는 건 좋아하지만, 마땅한 주관이 없고, 특별한 취향이 확립되지 않은, 그저 놀고먹고마시는게 좋은 나에게 있어서, 동행이 있다는 건, 고려해야할 것이 많아지기도 하지만, 고민의 폭을 줄여주는 것이었단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단적으로 숙박. 동행이 있는 경우, 가격대가 대충 정해지는데다가 그게 아니더라도, 난 숙소에서 딱 두가지. 내 화장실, 더운 곳 에어컨, 이거면 어디라고 괜찮았고, 내가 버는 돈도 변변찮았기 때문에; 대략 기본을 정해놓고, 그걸 충족해줄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곳을 찾으면 됐는데, 이젠 어머니의 표현을 빌자면 ‘돈 번 거 쓸 애도 없으니’ 하한도 상한도 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게 숙박업체가 다양한 곳에선 의외로 매우 폭넓은 고민이더라.게다가, 대인배처럼 바르셀로나를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걸 접할 수록, 가보고 싶은 곳은 늘어만 가고 있다. 일 시작하기 전의 나여, 왜 더 격렬하게 돌아다니지 않았는가!

그리하여, 아직 잘 집도 다닐 길도 정해진건 잘 없지만, D-3!

굉장한 꿈

언젠가의 일요일, 어쩌다보니 여덟시쯤 잠이 들었는데, 왠지 늘어지게 잤다 싶었지만 깨고보니 아직 밤 열두시.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서 공항에 가야하니 깨서 놀다 자긴 곤란하고, 다음날 일도 해야하니 밤새 놀긴 더 곤란하고, 그냥 자긴 과연 잠이 오려나 싶어서 고민하다가 물론 다시 잤다. 

이런식으로 충분히 자고나면 뭔가 계속 꿈을 꾸면서 깨게 되는듯. 이날 역시도 뭔가 전체적으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상당히 놀라운 일련의 꿈을 꾸었다. 꿈이란건 대체로 굉장히 두서가 없어서 해봐야 듣는 사람에게 별 재미가 없다는 건 알지만, 내가 신났으니 정리해보도록 한다. 

일단 시작은 미묘하게 현재 일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우중충한 건물에서 밤늦게 야근하는 걸로 시작했는데, 문득 밖에서 레이져쇼 같은 걸 하는 소리가 들려서 내다 보니, 집에서 보는 불꽃놀이/레이져쇼가 그러하듯 뭔가 반쪽만 보이더라. 그래서 옆 오피스로 가니 훨씬 잘 보이긴 했는데, 거기서 누군지 알수 없는 사람이 밖에 나가서 옆 건물로 가면 훨씬 더 잘 보인다고 이끌길래 함께 나갔는데 당연히 쇼는 거의 끝물이었고 밖에 나가니 시야가 너무 낮아져서 영 보이질 않길래 다른 건물을 찾아 올라가고 있는 사이 이 배경은 문득 드래곤길들이기 정도의 사람들이 모두 껄껄껄 하하하 하고 있는듯한 옛날 시대로 워프해있었고, 레이져쇼는 완전 사라지고 왠지 모르게 난 서바이벌 게임 비슷한 칼싸움에 연루되어 있었지만, 아마도 도망치려고 했던 듯 한데 성루를 열심히 뛰어오르다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성루에 오른 후에, 거기서 무려 나 역시 남을 도왔고, 도움을 받고도 입 딱 씻은 나와 달리 그 사람은 나에게 은혜를 갚겠다며 자기와 함께 가자고 내려가는데 문득 우리의 배경은 병원 응급실 복도로 변경. 그 와중에 나에게 은혜를 갚겠다던 사람은 마치 마약이라도 거래하는 듯한 신중한 자세로 나에게 몇개의 물건을 건냈는데 그건 굉장히 허잡한 껌종이같은 포장지에 진공포장된 참치뱃살;; 내가 그걸 건네받은 순간 갑자기 난 현명한 노인과 순진한 어린애라는 동행이 생겼고;; 그 현명한 노인은 그 껌같은 참치뱃살이 위험한 물건임을 깨닫고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나와 어린애를 데리고 반대쪽으로 걷게 만들었는데, 그 순간 병원 응급실 복도에 있던 생오징어가 산처럼 쌓여있는 카트에서 킬러가 번떡 일어나서 나에게 참치를 준 사람을 총으로 쏴 죽였고, 반대쪽으로 걸으면서, 이 영감 이따위 참치뱃살이 위험한걸 어찌 알았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뒤에서 킬러가 나도 쏴서 등짝에 총알 두발을 맞고 난 죽어버렸다-_- 

그 순간 깨 버렸는데, 일어나니 등짝이 정말 화끈거리더라. 그건 그렇고 나와 별 관계는 없었던 거 같은 노인과 아이도 죽었는지 궁금하지만 알 길이 없어서 다시 잤다. 그러자 이번엔 다시 그 드래곤 길들이기 같은 분위기의 마을이었는데 이번엔 거기에 스머프 마을이 합해진듯한 느낌. 이번엔 땅에서 왠지 모르게 마구 달리다보니 한 집에 도착. 내가 알지만 내 꿈에 나올만큼의 관계도 없는 분이 오늘 막 돌아가셨다고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난 문득 아 꿈에서 사람이 죽으면 좋다더니만 왜 난 아까 꿈에서 죽었는데 지금 이런 소식을 접하고 있는건가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어쨌든 왠지 상당히 미국스러운데다가 심지어 우리 부모님도 방문한 장례절차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와중에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주문해뒀는데 찾으러 갈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에 여기서 오지랖넓게 내가 다녀오겠다고 하면 엄마가 쓸데없는 짓 한다면서 구박하겠지 란 생각을 하며 눈치보다가 결국 자원했는데 의외로 엄마가 매우 호응해줘서 어디선가 나타난 동생을 데리고 가기로 했는데 가게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한식집 이름이었지만 그래도 난 분명 미국주소일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북가좌동; 이건 대체 어디냐. 서울 운전도 오랜만이군..하고 생각하며 다시 깼다. 

하룻밤 꿈에서 세명이나 죽다니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 전에 로또나 살까 했지만 새벽부터 비행기타는 인생에 그런 귀찮은 일을 할리가; 그냥 간만에 블로그에나 써둔다. 내 정신세계는 어디에 있는건가!

결국 문제는 아마도.



이건 먹어본 건 아니고 지나가다가 본 왠지 마시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맥주;

Where the Wild Things Are

카메라에 곰팡이가 슬거 같았고, 나에게도 곰팡이가 슬지도 모르겠는 그런 주말, 카메라를 들고 외출을 감행했다.

그러니까,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바깥은 엄청 화창했고, 어제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반팔 반바지를 입고 베란다에 앉아서 책을 읽어도 불편한 거라고는 햇빛이 너무 강해서 눈이 부시다는 것 밖에는 없을 정도였단 말이다. 그래서 몇 주전인가 길을 가다가 발견한 모리스 센닥의 특별전을 보러 (걸어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전시회로 말할것 같으면, 그렇게나 오래 아틀란타에 살면서, 그것도 완전 생활반경 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유태인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었는데 우연히 길을 가다가 아래와 같은 빌보드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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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로 검색에 들어갔는데, 이 박물관, 토요일에 닫는다-_- 아니 모든 이들이 나를 위해 휴일에 일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박물관이라면, 평일엔 다 놀아도 토요일은 하는게 좀더 자연스럽지 않나. 네네, 유태인 박물관에 가면서 이런 걸로 불평하면 안되는 거겠지.

아무튼 북미 동부의 겨울이란 추운 건 차지하고서라도 너무 우중충해서, 해가 나오기만 하면 한껏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게다가 전술했듯이 어제의 날씨는 너무나도 따듯했기 때문에, 완전 가볍게 입고 걸어서 박물관으로 출발.

요즘 생업때문에, 공항에서 집으로 종종 택시를 타곤 하는데, 그 요금이 너무 달라서, 팁을 제외하고 32불 부터 55불까지. 같은 곳에 비슷한 시간에 가는데 대체 왜;; 32불은 미터기 켰을 때의 요금, 55불은 리무진 요금. 그리고 그 중간은 정액요금인데, 우리집이 midtown(공항에서 조금 더 가까움)과 buckhead의 경계쯤에 있는 모양으로, 정액제로 요금을 책정하는 사람들도 이랬다 저랬다 했던 것인데, 집 앞에서 이런 기념비;;는 아니고 표시를 보았다. 음, 우리집은 비싼 쪽에 속해있는 것이 맞았군; 앞으론 억울해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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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고속도로 위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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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의 성의없는 주황색 물건이 아틀란타를 상징하는 복숭아. 이동네가 본사인 Chick-fil-a에서 만든 물건인가? 나름 랜드마크인듯 하지만, 저 건물은 폐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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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의미는 없지만 가는 길에 있는 교횐데 딸려있는 놀이터의 놀이기구 디테일이 깨알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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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도착.

아, 그런데 모처럼 사진기 들고 왔는데, 정해진 위치 이외에서 사진찍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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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위치 중 하나인 조금도 의미없는;;

그나저나, 동화작가의 특별전이니, 아이들에 대해서 불평하는 게 더 어이 없겠지만, 시청각 자료를 들을 수 없을 만큼 시끄러운건 조금 슬펐다. 이 아래의 저 어린이는 곧 스스로 걸어내려올 수 없음을 깨닫고 슬피 울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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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대표작들을 크게 제본해두고, 포스터 같은 것도 걸어놓은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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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작가의 노년에 한 인터뷰. 너무 시끄러워서 거의 들리진 않고, 그저 자막과 화면만 봤는데, 멋있는 노인의 인터뷰였다. 아이들이 싫다면 가면 안되는 전시회였으니, 게다가 당연히 아이들이 있는 것이 훨씬 의미있는 전시회였지만, 이때만큼은 어린이들 좀 음소거 하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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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이를 데려온 보호자를 제외하곤 15세 이상의 관람객은 없었던 듯한 전시회였다. 그리고 유태인 박물관이니만큼 아마도 상설 전시로 추정되는 홀로코스트 관련 전시회 역시 진행중이였는데, 뭐랄까,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기가 빨리는 그런 전시회였다. 그저 꽤 많은 양의 사진들과, 당시의 사람들이 만들었던/썼던 물건들 몇개를 전시해뒀을 뿐인데 뭔가 어두운 기운이 가득한. 이 사진의 천장에 있는 철로는 당시 폴란드 수용소로 향하는 철로였다던가.. 아무튼 뭔가 너무 죽음이 느껴져서 우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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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굉장히 대충 훑어보고, 다시 집으로 걸어오는데 날 흐려져서 미친 듯이 추워지고 ㅠ_ㅠ

돌아오는 길에 Rhodes Hall이라고 어찌보면 딱히 역사랄 것도 없는 이나라의 유적지랄까. 스톤마운틴의 돌로 만든 1920년대의 집인데, 나름 historical site로 지정되어 있는데, 무려 대여도 해준다. 종종 여기서 결혼식 하는듯. 그래서 오늘도 결혼식하고 사진 찍고 있던 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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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오랜만에 사진기 들고 동네산책을 하고, 무려 찍은 당일 따끈따끈하게 올리는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