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먼 육지생활자의 한풀기

정말이지 언제쯤이면 글을 쓰면서 오랜만이라는 화두로 열지 않을텐가! 그러나, 이제 내 몇안되는 동네친구이자, 유일한 술친구마저 곧 이 동네를 뜰 예정인지라, 웹으로라도 좀 긴 말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안그러면 정말로 안티소셜이 되어 버릴거야;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음식 포스팅이 만만하지 않은가 싶어, 일단 이걸로 해보자. 음식 사진을 아주 부지런히 찍진 않고, 특히나 밖에서 먹을 때 혼자 있지 않으면 잘 안 찍는 편인데, 집에서 혼자 나름 차려놓고 (즉, 팬이나 냄비에서 주워먹거나 하지 않고 그릇에 담아서 먹을 때) 먹을 땐 종종 사진을 찍어둔다. 예전엔 새로운 종류의 맥주를 모두 기록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었는데, 정말 많이 먹는데에 반해서, 아는 바가 너무 없어서, 슬슬 포기했다. 게다가 요즘은 맥주를 좀 줄이고 있는 데다가, 병 없이 생맥주를 받아오는 일이 늘고 있어서, 사진을 찍을 병 라벨도 없다;;

그래서, 이번은 얼마전에 아부지의 은퇴식에 참여하겠다고 한국에 가서 먹고 온 사진 중에 전화기에 있던 사진들; 워낙 짧게 다녀와서 가족 이외의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던지라 음식 사진들을 꽤 찍은듯. 몇몇은 사진기에 있지만, 그건 다른 컴퓨터에 있으니 넘어가자. 그거 넣겠다고 덤비면 또 왠지 이것도 업로드 못한다-_- 원래 고기와 생선이 있으면 단연 고기!인 사람이었는데, 척박한 해산물 풍토에서 오래 살다보니 한국에 가면 온 가족이 입에서 생선 나올거 같다고 불평할때까지 생선, 그것도 주로 회를 먹고 오는 편이다. 먹는 해산물이나 술이나, 공히 고래의 수준이다;

간만에 학교 앞에서 옛친구(이렇게 말하니 정말 늙은이 같구나. 심지어 대학친구인데)를 만나 술을 마셨다. 내 회에 대한 집착을 알고 있는 이는 대전에서 괜찮다는 횟집을 알아왔지만, 두명의 서식지에서 모두 먼 횟집이라 기각하고, 간만에 학교 앞에서 흥청망청해보기로. 학교 앞임을 생각하면 이런 가게가 있는 게 약간 놀라운데, 요즘은 워낙 많이 변한 거 같긴 하다;; 재밌는 건 상당히 오래된 가게들이 서로 자리를 옮겨가며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 아무튼 예전엔 없던 일식집인데, 별다른 주변 반찬 없이, 이 참치 샐러드와 적당히 숙성된 광어회가 나온다. 대부분은 모듬 스시같은 걸 식사로 먹고 있는 가운데, 우리만 술과 회를 흡입했다;; 역시 돈을 버는 건 좋죠. 이후엔 심지어 인테리어도 거의 그대로인 거 같은 꼬꾸마시에 가서 그대로인 기본안주와 대부분의 요리가 비슷한 풍의 맛을 냈던 안주와 술을 마시고 귀가.

이건 동생과 맛있는 스시를 먹으러 가자!며 갔던 스시 코마츠. 집에서 접근성이 괜찮으면서 고가형은 아니고, 당일 예약이 가능했던지라 당첨. 스시나 사시미를 먹을때면 다찌에 앉는 걸 선호하지만, 한국에선 너무 내 대화를 함께 공유하시게 되어 약간 부담스럽다;; 게다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맡으신 셰프님은 내가 티비에 나오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_- 누구로 착각했는지는 묻지 않았다; 원래 스시바에서야 스시가 정석이겠지만, 완연한 육식동물이라 사시미쪽으로 좀더 치중해달라고 부탁드렸고, 샤리도 알아서 살짝 작게 쥐어주셔서 난 만족. 하나하나 설명하기엔 시간이 지나서 잊어버리기도 했고, 이날은 아마에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건, 뭐 맛이 없을 수 없지 않은가. 남이 발라준 게살과 연어알 ㅠ_ㅠ
등푸른 생선 초밥은 이 동네에선 거의 냉동인데다가 보우스시 같은 건 만들지도 않으므로, 무조건 좋다 ㅠ_ㅠ
막상 중요한 사시마와 스시 사진은 적당히 콜라쥬로 넣어놓고, 마지막 나온 원숭이 모나카를 하일라잇 하는 이상함; 원숭이의 해를 맞이하여 특별히 제작하셨다고, 맛은 평범하게 맛있는 모나카 아이스크림. 원래 인당 한마리씩으로, 동생 것과 같이 앉혀둔 것.

저렇게 먹고 집에선 굴무침. 굴도 달래도 그닥 흔하지 않은 데다가, 엄마의 손맛을 많이 겪으며 크진 않았지만, 내가 만든 무침보단 월등히 엄마의 것이 맛있다!
이건 사진으로만 보고 궁금해서 사본 곰피. 평범하게 생미역이나 다시마 쌈의 맛이었다.
굴과 곰피와 함께 사온 톳은 두부랑 같이 무쳐보았다. 드디어 집안 식구들이 해산물 좀 그만 들이대라고 하여 뭔가 식탁이 아수라장이다;; 자주 못먹는 나물과 (저건 아마 유채나물) 해산물은 나때문에, 고기는 가족들용으로 내가 구워드림. 이번엔 짐도 많이 남길래, 집에 굴러다니던 무쇠핸 하나를 한국으로 들고 간데다가, 동생네 동네에 마블링이 별로 많지 않은 고기를 숙성해서 파는 곳이 생겨서 사보았더니(이름은 감성고기라는데, 왜 대체 고기집 이름이 감성고기인가, 에 대해선 의아함을 멈출 길이 없다. 사랑과 감성으로 소를 잡아서 숙성시키는건가), 미국 고기 비슷한 맛으로 구울 수 있었다;; 마블링이 많은 고기도 가끔은 좋긴 하지만, 집에서 굽기엔 너구리굴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다음날은 다시 회 주문. 시간 많을땐 종종 노량진으로 직접 가서 떠오는데 (주변에 해산물이 많은걸 보면 흐뭇해서;; ) 이번엔 퀵으로 배달시켜 보았다. 지난번 갔을땐 가락시장에서 주문했었는데, 가족들은 가락시장 쪽의 모듬회를 선호한 듯. 나도 형제상회의 맛이 예전같진 않다는 생각. 그치만, 7, 80불로 저정도의 양과 종류의 회를 먹을 수 있는 건 너무 좋지 ㅠ_ㅠ 묵도, 미국서 종종 사먹긴 하는데, 같은 시판 묵이라도 한국의 것이 더 맛있다. 게다가, 난 저런 무침류의 양념을 왠지 극도로 귀찮아해서, 묵을 김이랑 (맛없는) 김치랑 먹는다;;
보는 이들도 질리겠지만, 무려 이틀을 연달아 이렇게;;; 저 버섯은 표고 친구인 듯 한데, 요즘은 한국 갈때마다 새로운 표고친구버섯을 만나보게 되는 거 같다. 표고와 송이와 기타를 교배시켜서 만드는 게 대부분인 거 같은데, 그냥 살짝 구워서 소금과 먹으면 맛있음! 이날도 회 안먹는 분들을 위한 고기.
이게 무려 딱 9일, 그것도 이틀은 행사때문에 다른 메뉴를 먹어야했던 이의 회 먹은 기록;; 근데 이게 다 찍은게 아니다-_- 두끼인가 세끼인가 더 회 먹었다;;;

길어진 외국생활로 생긴 집착 한가지 더는 냉면인데, 원래는 워낙 집안 어른들이 좋아해서인지, 주면 먹지만 내가 굳이 찾아먹지는 않는 음식이었는데, 이 동네엔 너무 맛있는 집이 없어서 차라리 풀무원이나 둥지냉면이 나은 지경이라, 한국 갈때면 꼭 먹는다. 이번 방문에선 대전에서 매우 유명하다는 숯골원 냉면도 처음으로 먹었는데, 그 사진은 또 사진기에 있고, 마지막 끼니로는 아주 간만에 흥남집에 방문했다. 흥남집은 어릴 때 할아버지가 매우 좋아하셔서, 최소한 한달에 한번 꼴로 3층에 모여앉아서 먹었던 기억이다. 지금 먹어보니, 확실히 왜 여기선 다들 비빔/회냉면을 먹는지 알겠지만, 워낙 어릴 때 주로 왔던 곳이라, 아직 매워서 비빔/회냉면을 먹을 수 없었던 때를 회상하며, 물냉으로. 확실히 나이가 들고보니 평양냉면 쪽이 취향이긴 하지만,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먹고, 뜬금없이 종묘를 방문해보기로 하고, 65세가 넘어서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아버지가 다른 3인의 입장료를 내고;;; 돌아보는 와중에 폭설이 내려서, 눈이 한껏 내리는 종묘를 벌벌 떨면서 보게 되었는데(반쯤은 미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한 꽤 가벼운 복장이었단 말이다 ㅠ_ㅠ), 서울 한복판에 이런 눈쌓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고요한 공간에서, 색이 사라져가는 풍경은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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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시티투어버스 같이, 종로, 경복궁 뒷편과, 사직, 광화문 등등을 보고, 신촌도 지나게 되었다. 원래의 그랜드 플랜은 심지어 인천 가는 길에 행주산성도 들르려는 것이었지만, 어딜 가든 뭔가 느리적하게 이것저것 보는 가족들 + 차밀리는 시내관광 콤보로 택도 없는 일이었던 것. 너무 짧아서 정신 없었지만, 30년이 넘게 일하던 곳을 은퇴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같이 축하할 수 있어서, 또 이런저런 소소한 가족필드트립;;을 다닐 수 있어서, 비록 한분기도 지나지 않았는데 휴가의 1/3을 써버렸지만, 다녀오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왜 이런 글을 쓰면서 먹지도 못할 것들을 보며 스스로를 괴롭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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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새해인사, 2016

IMG_1595블로그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어쨌든 아직은 공간이 존재하고, 간간히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새해가 너무 낡기 전에 글을 써보려 한다. (저건 국내 일출 명소라 알려져있다는 향일암에서, 나름 일출이었던 빛이다. 우리가족의 여행치고 저정도의 날씨라면 저건 거의 애국가에 나오는 태양 정도라 할 수 있다;)

작년 한 해를 얼핏 돌아보자면, 꽤 길었던 인생에서 처음으로 정식 직장을, 1년 내도록 다녔던 한해였고, 그것만으로도 요약이 될 만한 한 해를 보낸 거 같다. 4월까지 있었던 꽤나 한가한 프로젝트가 대체 언제였던가 싶게 정신없는 몇개월을 보냈고, 이대론 큰일나겠어 싶을 무렵 잠시여행도 다녀오고, 그 이후엔 다시 겨울휴가를 바라보며 지내다가 겨울 휴가를 다녀오니 한해가 끝나 있더라. 이건 금요일 밤 (내 경우엔 주로 목요일이지만)을 바라보며 한 주를 보내는 직장인의 일생을 그대로 늘여놓은 한 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직장을 다니는 일은 어떤가 하는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 아직까진 꽤 좋다. 학교에 비해서 내 시간을 자유로이 쓸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역설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온전히 내 시간이 되어, 부채감없이 보낼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이건 아마 나에게 그리 큰 욕심이 없어서 주어진 일을 마무리짓고 퇴근해버리고 나면 가능한 한 컴퓨터조차 켜지 않으려는 태도에 기인한거 같기도 하지만, 그게 가능한 것이 좋다. 잦은 출장 덕에 안 그래도 없는 서식지의 기반이 점차 사라져 가는 건 문제겠지만, 그 덕분에 이곳에 있지 않은 이들과도 종종 만날 수 있고, 다른 곳에 갈 수 있어서, 그리고 내가 청소 안 해도 깨끗이 유지되는 공간에서 삶의 50% 정도를 보내서 이것 또한 아직은 좋다.

직장에서 무엇을 하는건가 하는 질문도 꽤나 들었는데, 데이터를 갖고 제시하는 문제를 풀어주려는 노력과, 풀었다고 고객이 믿을 수 있는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라고 써도 되나). 어찌되었든 나의 직함은 컨설턴트이고, 그러니 남의 회사에 가서, 그들이 원하는 문제를 풀어주는데, 주로 그 밑천은 데이터 분석 및 모델링이라는 게 대충의 설명. 근래에 이쪽 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고 계시고, 더 잘하고 계시며, 설명도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으니, 내 설명은 짧을 수록 좋지 아니한가. 이것이 과연 박사를 했어야 하냐고 누군가 물으신다면, 전혀 아닌데다가, 난 분야도 제법 달라서 요즘 들어 슬슬 다시 조금 공부해볼까 하는 내 머리에서 나오지 않을 거 같은 생각마저 들고 있지만, 그런 덕분에 꽤나 즐겁게 새로운 것들을 보고 배우는 중이다.

그럼 직장과 관련되지 않은 어떤 일을 했는가하면, 국내에선 디씨(까지 차로도 다녀오고), 뉴욕, 샌호제, 보스턴, 씨애틀, 달라스를 돌아보았고, 스페인 남부와 한국 남부;;를 다녔고, 언제나처럼 부지런히 먹고 마셨는데, 그 이외엔 정말 한 일이 없는 것 같다. 지난 오랜 시간 동안 늘 나의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테니스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거의 떠나 보냈고, 그래도 꾸준히 먹으려면 운동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영 취미를 붙이지 못하고 있고, 자전거 역시 마땅히 시간을 내서 타진 못하고 있다. 지난 해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한동안 총, 균, 쇠의 영문판을 읽어보겠다고 들고다녔으나 늘 신속하게 잠이 드는 통에 원래도 얼마 되지 않는 독서량이 바닥을 쳤고, 한동안은 영어공부를 위해서 영어로 말하는 티비를 보겠다고 설쳤는데, 덕분에 영화 역시 비행기에서 본 영화가 한 해에 본 영화 중 50%가 넘는 형편이니, 문화 생활 역시 이렇다 하고 말할만한 건 남달리 적게 했다는 것 정도.

그래서랄까, 올해는 새해를 맞이하여 몇가지의 계획을 세워보았는데, 대학원 시절의 계획은 늘 졸업하기뿐이었던지라, 이게 몇년 만인지 조차 모르겠다. 그러나 굳이 계획을 모두 쓰는 건 생략하고, 대충 직장이 아닌 부분에서 위와는 다른 2016년의 회고를 할 수 있게된다면, 계획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이리라. 조금 더 부지런하고, 깨끗하고, 똑똑하고, 건강하고, 다정하게, 지금처럼 즐겁게 정도로 해두자.

그리고 올해도, 연하장 아닌 연하장을 쓰자면,

2016

 

2015년 여름의 스페인, 안달루시아

대충 이러하게 여름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

Screenshot 2015-09-14 20.17.15

근래에 듣고 읽은 이야기들 중 뇌리에 박힌 이야기로 남의 여행기란 남의 조카 이야기 같다는 것과, 여행 에세이를 출판하는 용기를 이해할 수 없단 것이었던 지라, 그나마 있지도 않은 필력이 쪼그라들 판이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 블로그에 글 쓴다고 누구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여기 썼다고 누군가의 눈 앞에 들이대는 것도 아닌데, 좀 쓰면 어떤가 싶다.

그나저나, 블로그 생활 약 10년차이며, 굳이 블로그의 카테고리를 정하자면, 생활 및 여행 블로그일 터인데, 그 기나긴 시간동안 한가지 배운게 있다면, 난 99%의 확률로 한두개의 글을 쓰면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니; 첫날부터 시간순으로 기록하는 건 조금 미뤄두고, 일단 총평을 해둬야겠단 것이다. (게다가 유일하게 이 여행에 대해서 기록을 요구한 이가 나에게 최소한 일정을 기록해두라고 했기 때문에;; ) 혹여나 스페인 여행 따위를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을 위해, 만약 좀더 자세한 여행기를 남긴다면, 조금은 정보가 있는 글을 남겨보려고 생각중이지만, 내 여행 방식은 너무 중간값스럽달까, 과연 누군가의 취향에 맞을 수 있을까 싶다. 말하자면, 돈을 대단히 잘 쓰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절약하지도 않고, 먹고 마시는 게 정말 중요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돌아다니는 걸 포기하고 먹고 앉아있을 사람은 아니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아주 좋아하진 않지만 일단 집어넣어 놓으면 찬찬히 (글을) 보는 사람이고, 기차나 버스로 이동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직접 운전해서 다니는 것도 좋고, 뭐 그런 식으로 마치 별자리 운세처럼, 여기에 맞추면 여기에 맞는듯, 저기에 맞추면 저기에 맞는 듯한 여행을 즐긴달까;; (한가지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게 있다면 그 지역에서 높은 곳 올라가기;; )

전반적으로 여행은 10박 10일이었고, 마드리드로 입출국이 정해져있었던 상황에서, 일단 추천을 받고, 서점에 가서 대충 책 몇 시간 뒤적거려보고, 영어로는 10 day spain itinerary 따위를 검색하고, 한글로도 스페인 여행 같은 거 검색하고, 지도를 노려보고 정했던 듯 하다. 그래서, 가야겠다고 생각한 지점이 Madrid, Granada, Sierra Nevada (Alpujarra), Nerja, Ronda. Seville 정도. 일단 어머니께서 숙소 일정을 내놓으라셔서 대충 여유롭게 짜서 첫날과 마지막 날 숙소를 예약하고, booking.com의 취소 가능을 이용해서 중간 몇군데 예약해뒀는데, 스페인을 한번만 가봤으니, 이게 제일 좋은 여행이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결론적으로 원래 일정을 변경한 곳도 없었고,  좀더 짧게 잡을 걸 그랬다고 생각한 곳도 없었는데, 대부분의 도시에서 조금씩의 아쉬움을 남기고 왔다.

이런식으로 여행 다녀오면 보통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을 하는데, 딱히 도시들이 내가 줄세우기를 한다고 해서 삐치는 것도 아닌데도 참 곤란한데, 그건 그냥 내가 원래 그런 인간이라 그런것이리라; 굳이 한 장소를 꼽자면 알함브라 궁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그러나 정말 사람이 많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건 시에라 네바다에서 등산한 거고, 다시 가게 된다면 론다 근처에서 하이킹을 할 시간을 좀 여유롭게 둘 거 같고, 와이너리를 좀 둘러볼 거 같다.

같은 걸 다시 할때, 다르게 해야 할 거라면, 일단 음악을 좀 저장해 갈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음악을 챙겨서 듣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기껏해야 (가뭄에 콩나듯) 조깅할때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던 요즈음인지라, 마지막 순간에, 운전하는 동안 듣게 음악이나 좀 넣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아이폰 용량도 너무 작고, 이미 너무 늦었고, 해서 인터넷이 되겠거니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음악을 결국 못 넣어갔는데, 막상 운전할 땐 안될때가 제법 있어서 자체 주크박스를 작동해야 했던 고통. 인터넷이 될 땐 주로 한국 라디오를 들었는데, 정말 요즘 아이돌들은 뉴타입이 아닌가 싶다. 한국보다 5, 6시간 늦는 관계로, 낮 시간에 운전하게 되면 주로 배철수 – 써니 – 타블로 – 종현으로 이어지는 저녁 – 심야 방송을 듣게 되는데, 써니랑 종현에게 의외로 긍정적으로 놀랐다. 그리고 소설책을 들고가지 않겠다. 혼자 여행을 간 적이 없어서, 대부분의 경우 남는 시간이 있는 지라 읽을 거리가 아쉬운 때가 대부분이었는데, 일단 해외로 나가면서 처음으로 데이터 로밍해갔고 (뭐 한다고 그리 열심히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트위터에서 내가 못 본채로 타임라인이 지나가면 왠지 거슬린다;; ), 워낙 나돌아다녀서 누우면 바로 뻗어 잤던지라,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인정해야겠다, 나에겐 독서가 우선순위에서 꽤나 아래 있는 활동이란걸. 마지막으로 카메라 렌즈는 하나만 들어야겠는데, 여전히 고민중. 워낙 사람을 안찍고 자연을 좋아하다보니 광각렌즈가 대충 맞는 선택인데, 광각렌즈로 찍는 사진들은 전반적으로 좀 싱겁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제 실력과 센스인거겠죠 ㅠ_ㅠ) 그러고보면 그 전의 여행경력이야 그렇다 쳐도 거의 매주 짐을 싸서 출장다닌 것도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결국 짐싸기의 문제.

그리고, 혼자가 어땠는가 하면, 아마 누군가가 같이 가자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같이 가는 걸 택할거다. 그건 나한테 같이 여행가자고 하는 이들이라면 분명 그로 인한 불편함보다는 훨씬 더 많은 즐거움을 줄 거란 확신이 있어서이지, 혼자여서 심심하거나 힘들었기 때문은 아닌 거 같다. 요는, 떠나는 건, 혼자이든 함께이든, 늘 좋다는거! 구체적으로는, 온전히 내가 원하는 대로, 내 페이스 대로의 여행을 할 수 있어서 대단히 좋았는데, 함께 나누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쉬웠다. 게다가 내가 그 누구에게도 한국인으로 보이지 않아서 (안타깝게도 동아시아인으로서, 게다가 실제론 한국인인 당신이 한국인으로 보이지 않는다는건, 꽤 높은 확률로 후줄근하단걸 뜻함; ) 아무도 나에게 한국어론 말을 걸지 않고, 또 당연히 영어를 하는 자들에겐 내가 영어를 하는것처럼 보이지 않을테고, 난 스페인어를 할 줄 몰라서 10일동안 아마도 제대로 된 문장을 10개 미만으로 말했을지도 모른다는 슬픔이 있었다; 근데 막상 지나고 나서, 손목에 차고 있던 만보계가, 하루 평균 29000 걸음을 걸었다고 말하는 걸로 보아, 누군가와 함께 했다면, 아마 내가 좀이 쑤시거나, 그쪽이 지쳐나가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내가 친구와 여행가면 어머니는 늘, 나와 함께 간 사람들의 건강과 상태를 걱정하신다; )

아, 근데 동행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으니, 이런 숙소에 들어갔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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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 이게 침대 있는 방에서 찍은 사진인데, 투명한 샤워실을 지나서 변기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인사할 수 있는 구조. 정말 서로 불편한 이 공간. 심지어 티끌하나 없이 잘 닦아놓아서 고해상도. 근데 이런 구조의 숙소가 하나 더 있었다. 홀로 여행하는 것의 장점을 하나라도 더 주려는 배려인가!

여튼, 사진을 올린 김에, 몇 장의 사진을 첨부해보자.

그라나다에 여행가는 아마 거의 모든 이들이 목적지로 할, 알함브라 궁. 낮에 가보고 인상적이어서 밤에 다시 한번 가보았다. 언젠가 사람이 없는 알함브라를 볼 일이 있으려나. 무슬림 유적지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아니면 명성에 선입견이 들었던가, 드디어 휴가가 시작되었단 기쁨이었던가, 여튼 정말로 좋았다. 다만, 아주 비수기는 아니지만 초성수기 역시 아닐 8월말일텐데 (더워서 죽는다고 8월이 비수기라 한다) 개장시간의 거의 70%의 시간동안 있었는데, 늘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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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갔던 Capileira. 여기 역시 과거 무어인들의 도시로, 대단히 하얗다. 가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프리힐리아나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아주 작은 도시고, 그 자체로 방문할만한 도시라기보다 (비탈과 골목을 좋아한다면 도시만으로도 충분히 가볼만하다), Alpujarra라고 불리는 이 지역의 몇 개 도시를 걸어서 돌아보거나, 아니면 Sierra Nevada를 등산하려는 이들에게 거점으로 삼기 좋은 도시, 라기엔 작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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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마을에 갔던 이유는 Mulhacen (뮬라센 정도인데 특수부호를 쓸수 없어서 대충 생략) 을 오르기 위함이었다! 스페인 내륙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했고, 중턱까지 차로 갈 수 있다고 해서, 왕복 5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고 해서 별 준비 없이 갔는데, 약간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_=a 여튼, 제대로 알아볼 수 없지만,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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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마치고, 무조건 쉬겠어, 라는 생각으로 머문 바닷가 도시 Salobrena(살로브레냐쯤? 특수부호를 쓸수 없어서 대충 생략)에서 뭔가 먹어야할 거 같다고 어슬렁거리다가, 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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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가 난 동네, Malaga (말라가인데, 특수부호를 쓸수 없어서 대충 생략)는 워낙 관광지화 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간만에 문명;;;을 느껴서 그런지 의외로 꽤 좋아서 좀더 여유롭게 가볼 수 있으면 좋았을거란 생각. 몇시간 못있긴 했다;; 시간이 없을때(혹은 시간이 있어도 어쨌든 보통 첫번째 선택) 도시에서 높은 곳 올라가기에 충실하게, 성벽에 올랐는데, 어릴때 집에 있던 성 장난감이 생각나는, 그야말로 충실한 성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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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럽의 발코니라는 Nerja. 아마도 가장 많은 미국인을 보지 않았나 싶은 도시. 바다가 예쁜,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전형적인 서양의 해변 도시가 아닌가 싶다. 나른하게 누워서 휴가를 보내기에 정말 좋은 도시. 근데, 시간이 촉박한 여행을, 그것도 차 없이 하고 있어서 여기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몇시간 안된다면, 포기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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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Ronda. 사진으로 절벽과 다리를 봤을 때 꼭 직접 보고 싶었고, 사진으론 표현이 안되는 압도적인 절벽이다. (사진으로 표현이 안된다는 건, 그냥 제가 제대로 사진을 못 찍겠다는;; ) 그리고 Ronda로 가는 길이 정말 멋있는데, 굳이 내 빈약한 경험과 표현으로 말하자면 유럽같은 캘리포니아;;;;;; 여러모로 캘리포니아의 풍광이 떠오르는 와중에, 조금 덜 광활하고, 그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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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절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게 되는지라, 아래로 내려가 보고 싶어서 잠깐 걸어가봤는데, 그대로 더 가다가는 렌트카 반납 시간을 훌쩍 넘길 거 같아서, 대충 지도를 보고 가서 보게 된 풍경은, 내가 딱 원했던 그림이긴 한데, 정말 가는 길에 차가 파업하지 않은게 다행. 비포장, 급경사, 좁은 길, 급커브를 모두 갖춘 참 좋은 길이었다. 아, 다르게 할건, 미리 예약해서 작은차를 빌릴테다. 파삿같이 큰 차, 혼자서 필요없다고 ㅠ_ㅠ 심지어 처음에 3.4l/100km였던 연비가 12l까지 떨어지는걸 봤다;; 내 차가 아니어서 참 다행-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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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비야. 에서 딱히 세비야 스럽지 않은 도시의 모습. 동생이 엄청 길 찾기 어렵다고 미리 경고해서, 세비야에서 나의 전략은, 목적지를 갖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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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플라멩코는 제대로 찾아가서 봤다. 뭔가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라 들었는데, 사람이 정말 없어서 너무 코앞에서 내가 제일 앞에서 보고 있어서 좀 민망하긴 했지만, 진짜 놀라서 입이 벌어지는;; 말을 못알아들으니 노래 자체는 잘 모르겠는데, 타악기와 탭댄스 부부은 뭔가 그냥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는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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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갑자기 작정하고 처음으로 미슐랭 스타를 받았다는 레스토랑에 찾아가서 와인 페어링까지 해서 먹어봄. 한 3.5시간쯤 앉아서 먹은듯. 몇가지는 꽤 놀라웠고, 전체적으로 맛있었는데, 미슐랭을 받게 되는 기준이 뭔진 약간 궁금해졌다. 내 얼마 안되는 경험에서도 이보다 맛있는 코스를 먹어본거 같긴 하단 말이지; 그나저나, 와인 페어링으로 나오는 술의 양이 상당해서, 과연 스페인이군…(너무 먹고 마셔서 그 유명한 에스파냐 광장에서 노숙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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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를 떠나서 똘레도. 해질 무렵부터 마을 옆산;;을 서서히 오르기 시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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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후의 모습. 근데, 저 두 건물은 너무 밝고 나머진 너무 어두워서 야경을 제대로 찍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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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들 별로라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좋았던 마드리드 역시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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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꼽아도 정말 위에서 찍은 사진이 많다;;

여튼, 잘 다녀왔습니다.

약간 늦은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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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으로 너무 글을 안써서 이게 내 블로그인가 싶을 정도인데다가, 블로그에 늘 계획하는 포스팅만 남기는게 아닌가 하는 겸연쩍음이 있긴 하다. 언젠간 여행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뭐, 이러나저러나, 여행을 하나 앞두고 있다.

답지않게 너무 열심히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매니저가 휴가계획을 제출하라기에, 그때 일단 휴가 날짜를 잡아놨는데, 목적지가 없었는데, google flights의 세계지도를 보며 고민하다가 스페인에 가자!라고 생각했다. 몇 안되는 이유가 있는데, 종종 한국을 시작점으로 해서 여행을 하게 되는지라, 현재 있는 곳보다 한국에서 더 접근성이 좋은 곳들을 제외하자면, 지구의 반 정도는 제할수 있게 된다. 긴 운전 사이사이 대자연을 보는 여행을 혼자 하기엔, 좀 심심할 거 같단 이유로 (이런 여행의 경우, 신체적인 능력의 제한 이외엔 특별히 취향이 갈릴게 없기에, 여럿도 괜찮은 거 같다) 북미대륙은 제할 수 있었고, 남은게 남미와 유럽. 해서 아르헨티나/브라질과 그리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리스 파산-_- 그런데 왜 스페인이 됐는지는 모르겠군. 아무도 궁금할 거 같진 않고, 내 결정이지만 잘은 모르겠는 이유를 괜시리 추측해보자면, 남미는 이과수 폭포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어서 공부를 더 많이 해야할 거 같고, 혼자 여행하기엔 왠지 유럽이 더 적합할 거 같았는데, 그리스는 못가고, 아직 못가본 남유럽쪽으로 가는걸로. 게다가 요즘 환율이, 유럽을 가야할 거 같은 환율이라.

그렇게 해서, 무려 한문단에 걸친 고민 끝에, 스페인으로 정하고, 다시 예의 세계지도를 망연히 쳐다보고 있자니, 이곳에서 스페인으로 들어가는 건 대략 마드리드 아니면 바르셀로나겠더라. 그리고 나서 스페인 지도를 들여다보니, 사실 바르셀로나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은 것도 같지만, 마드리드 부근에 아는 도시 이름 더 많음. 그리고 직항 시간표가 마드리드가 더 훌륭. 그래서 마드리드 in-out으로 정해놓은게 그래도 거의 한달 전의 이야기.

지난 주말, 드디어 미뤄선 안되겠다 싶어서, 이런 저런 준비를 하려고 들었다. 아주 대략적인 동선을 짜고 나니 위의 지도와 같이 되었는데, 버스랑 기차 시간표 보다가, 뭔가 도저히 각이 안나와서, 일부의 일정을 위해서 차를 빌리고 나니 조금 더 마음이 든든해졌는데, 문제는 아직 국제 면허증 발급 안받음-_- 작년 이맘때 받은 국제 면허증은 마침 이주전에 만료, 여권사진도 왠지 두장이나 필요하다는 데, 뒤져보니 한장뿐. 젠장. 요즘 도통 쓰지 않는 카메라 메모리를 비워서 가져가려고 켰더니 전지 부족, 어찌나 안썼는지, 작디작은 집 구석에서 충전지가 어딨는지 안보인다. 더블젠장. 내 비록 110볼트의 나라에서 살지만, 분명 220볼트의 나라에 평균적으로 일년에 한번은 방문하니, 마땅히 110 -> 220 돼지코가 제법 있을 줄 알았는데, 반대의 돼지코만 5개가 넘게;; 110v짜리 전자제품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무슨 일인가. 트리플젠장. 지난번 유럽 여행때 booking.com에서 숙소 몇개 예약하면서, 미국사이트라 내 카드 써도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수수료를 엄청 내고 배가 아팠던지라, 나름 그 대비로 해외수수료가 없는 카드를 하나 만들었는데, 유럽에서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되었다. 다른 걸 신청하기엔 너무 늦었고 귀찮지. 쿼드러플 젠장.

뭐, 그냥 젠장젠장 하다보니까, 왠지 흥이 나서 계속한거라 부인하진 않겠다;; 그러나, 지난 여름 수십번씩 국경을 넘어다니며 전문 한량이 된 때에 비하자면, 확실히 크고작은 문제에 한꺼번에 당면하긴 한다. 게다가 놀러다니는 건 좋아하지만, 마땅한 주관이 없고, 특별한 취향이 확립되지 않은, 그저 놀고먹고마시는게 좋은 나에게 있어서, 동행이 있다는 건, 고려해야할 것이 많아지기도 하지만, 고민의 폭을 줄여주는 것이었단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단적으로 숙박. 동행이 있는 경우, 가격대가 대충 정해지는데다가 그게 아니더라도, 난 숙소에서 딱 두가지. 내 화장실, 더운 곳 에어컨, 이거면 어디라고 괜찮았고, 내가 버는 돈도 변변찮았기 때문에; 대략 기본을 정해놓고, 그걸 충족해줄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곳을 찾으면 됐는데, 이젠 어머니의 표현을 빌자면 ‘돈 번 거 쓸 애도 없으니’ 하한도 상한도 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게 숙박업체가 다양한 곳에선 의외로 매우 폭넓은 고민이더라.게다가, 대인배처럼 바르셀로나를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걸 접할 수록, 가보고 싶은 곳은 늘어만 가고 있다. 일 시작하기 전의 나여, 왜 더 격렬하게 돌아다니지 않았는가!

그리하여, 아직 잘 집도 다닐 길도 정해진건 잘 없지만, D-3!

굉장한 꿈

언젠가의 일요일, 어쩌다보니 여덟시쯤 잠이 들었는데, 왠지 늘어지게 잤다 싶었지만 깨고보니 아직 밤 열두시.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서 공항에 가야하니 깨서 놀다 자긴 곤란하고, 다음날 일도 해야하니 밤새 놀긴 더 곤란하고, 그냥 자긴 과연 잠이 오려나 싶어서 고민하다가 물론 다시 잤다. 

이런식으로 충분히 자고나면 뭔가 계속 꿈을 꾸면서 깨게 되는듯. 이날 역시도 뭔가 전체적으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상당히 놀라운 일련의 꿈을 꾸었다. 꿈이란건 대체로 굉장히 두서가 없어서 해봐야 듣는 사람에게 별 재미가 없다는 건 알지만, 내가 신났으니 정리해보도록 한다. 

일단 시작은 미묘하게 현재 일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우중충한 건물에서 밤늦게 야근하는 걸로 시작했는데, 문득 밖에서 레이져쇼 같은 걸 하는 소리가 들려서 내다 보니, 집에서 보는 불꽃놀이/레이져쇼가 그러하듯 뭔가 반쪽만 보이더라. 그래서 옆 오피스로 가니 훨씬 잘 보이긴 했는데, 거기서 누군지 알수 없는 사람이 밖에 나가서 옆 건물로 가면 훨씬 더 잘 보인다고 이끌길래 함께 나갔는데 당연히 쇼는 거의 끝물이었고 밖에 나가니 시야가 너무 낮아져서 영 보이질 않길래 다른 건물을 찾아 올라가고 있는 사이 이 배경은 문득 드래곤길들이기 정도의 사람들이 모두 껄껄껄 하하하 하고 있는듯한 옛날 시대로 워프해있었고, 레이져쇼는 완전 사라지고 왠지 모르게 난 서바이벌 게임 비슷한 칼싸움에 연루되어 있었지만, 아마도 도망치려고 했던 듯 한데 성루를 열심히 뛰어오르다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성루에 오른 후에, 거기서 무려 나 역시 남을 도왔고, 도움을 받고도 입 딱 씻은 나와 달리 그 사람은 나에게 은혜를 갚겠다며 자기와 함께 가자고 내려가는데 문득 우리의 배경은 병원 응급실 복도로 변경. 그 와중에 나에게 은혜를 갚겠다던 사람은 마치 마약이라도 거래하는 듯한 신중한 자세로 나에게 몇개의 물건을 건냈는데 그건 굉장히 허잡한 껌종이같은 포장지에 진공포장된 참치뱃살;; 내가 그걸 건네받은 순간 갑자기 난 현명한 노인과 순진한 어린애라는 동행이 생겼고;; 그 현명한 노인은 그 껌같은 참치뱃살이 위험한 물건임을 깨닫고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나와 어린애를 데리고 반대쪽으로 걷게 만들었는데, 그 순간 병원 응급실 복도에 있던 생오징어가 산처럼 쌓여있는 카트에서 킬러가 번떡 일어나서 나에게 참치를 준 사람을 총으로 쏴 죽였고, 반대쪽으로 걸으면서, 이 영감 이따위 참치뱃살이 위험한걸 어찌 알았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뒤에서 킬러가 나도 쏴서 등짝에 총알 두발을 맞고 난 죽어버렸다-_- 

그 순간 깨 버렸는데, 일어나니 등짝이 정말 화끈거리더라. 그건 그렇고 나와 별 관계는 없었던 거 같은 노인과 아이도 죽었는지 궁금하지만 알 길이 없어서 다시 잤다. 그러자 이번엔 다시 그 드래곤 길들이기 같은 분위기의 마을이었는데 이번엔 거기에 스머프 마을이 합해진듯한 느낌. 이번엔 땅에서 왠지 모르게 마구 달리다보니 한 집에 도착. 내가 알지만 내 꿈에 나올만큼의 관계도 없는 분이 오늘 막 돌아가셨다고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난 문득 아 꿈에서 사람이 죽으면 좋다더니만 왜 난 아까 꿈에서 죽었는데 지금 이런 소식을 접하고 있는건가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어쨌든 왠지 상당히 미국스러운데다가 심지어 우리 부모님도 방문한 장례절차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와중에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주문해뒀는데 찾으러 갈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에 여기서 오지랖넓게 내가 다녀오겠다고 하면 엄마가 쓸데없는 짓 한다면서 구박하겠지 란 생각을 하며 눈치보다가 결국 자원했는데 의외로 엄마가 매우 호응해줘서 어디선가 나타난 동생을 데리고 가기로 했는데 가게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한식집 이름이었지만 그래도 난 분명 미국주소일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북가좌동; 이건 대체 어디냐. 서울 운전도 오랜만이군..하고 생각하며 다시 깼다. 

하룻밤 꿈에서 세명이나 죽다니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 전에 로또나 살까 했지만 새벽부터 비행기타는 인생에 그런 귀찮은 일을 할리가; 그냥 간만에 블로그에나 써둔다. 내 정신세계는 어디에 있는건가!

결국 문제는 아마도.



이건 먹어본 건 아니고 지나가다가 본 왠지 마시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맥주;

Where the Wild Things Are

카메라에 곰팡이가 슬거 같았고, 나에게도 곰팡이가 슬지도 모르겠는 그런 주말, 카메라를 들고 외출을 감행했다.

그러니까,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바깥은 엄청 화창했고, 어제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반팔 반바지를 입고 베란다에 앉아서 책을 읽어도 불편한 거라고는 햇빛이 너무 강해서 눈이 부시다는 것 밖에는 없을 정도였단 말이다. 그래서 몇 주전인가 길을 가다가 발견한 모리스 센닥의 특별전을 보러 (걸어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전시회로 말할것 같으면, 그렇게나 오래 아틀란타에 살면서, 그것도 완전 생활반경 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유태인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었는데 우연히 길을 가다가 아래와 같은 빌보드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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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로 검색에 들어갔는데, 이 박물관, 토요일에 닫는다-_- 아니 모든 이들이 나를 위해 휴일에 일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박물관이라면, 평일엔 다 놀아도 토요일은 하는게 좀더 자연스럽지 않나. 네네, 유태인 박물관에 가면서 이런 걸로 불평하면 안되는 거겠지.

아무튼 북미 동부의 겨울이란 추운 건 차지하고서라도 너무 우중충해서, 해가 나오기만 하면 한껏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게다가 전술했듯이 어제의 날씨는 너무나도 따듯했기 때문에, 완전 가볍게 입고 걸어서 박물관으로 출발.

요즘 생업때문에, 공항에서 집으로 종종 택시를 타곤 하는데, 그 요금이 너무 달라서, 팁을 제외하고 32불 부터 55불까지. 같은 곳에 비슷한 시간에 가는데 대체 왜;; 32불은 미터기 켰을 때의 요금, 55불은 리무진 요금. 그리고 그 중간은 정액요금인데, 우리집이 midtown(공항에서 조금 더 가까움)과 buckhead의 경계쯤에 있는 모양으로, 정액제로 요금을 책정하는 사람들도 이랬다 저랬다 했던 것인데, 집 앞에서 이런 기념비;;는 아니고 표시를 보았다. 음, 우리집은 비싼 쪽에 속해있는 것이 맞았군; 앞으론 억울해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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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고속도로 위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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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의 성의없는 주황색 물건이 아틀란타를 상징하는 복숭아. 이동네가 본사인 Chick-fil-a에서 만든 물건인가? 나름 랜드마크인듯 하지만, 저 건물은 폐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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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의미는 없지만 가는 길에 있는 교횐데 딸려있는 놀이터의 놀이기구 디테일이 깨알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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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도착.

아, 그런데 모처럼 사진기 들고 왔는데, 정해진 위치 이외에서 사진찍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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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위치 중 하나인 조금도 의미없는;;

그나저나, 동화작가의 특별전이니, 아이들에 대해서 불평하는 게 더 어이 없겠지만, 시청각 자료를 들을 수 없을 만큼 시끄러운건 조금 슬펐다. 이 아래의 저 어린이는 곧 스스로 걸어내려올 수 없음을 깨닫고 슬피 울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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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대표작들을 크게 제본해두고, 포스터 같은 것도 걸어놓은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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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작가의 노년에 한 인터뷰. 너무 시끄러워서 거의 들리진 않고, 그저 자막과 화면만 봤는데, 멋있는 노인의 인터뷰였다. 아이들이 싫다면 가면 안되는 전시회였으니, 게다가 당연히 아이들이 있는 것이 훨씬 의미있는 전시회였지만, 이때만큼은 어린이들 좀 음소거 하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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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이를 데려온 보호자를 제외하곤 15세 이상의 관람객은 없었던 듯한 전시회였다. 그리고 유태인 박물관이니만큼 아마도 상설 전시로 추정되는 홀로코스트 관련 전시회 역시 진행중이였는데, 뭐랄까,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기가 빨리는 그런 전시회였다. 그저 꽤 많은 양의 사진들과, 당시의 사람들이 만들었던/썼던 물건들 몇개를 전시해뒀을 뿐인데 뭔가 어두운 기운이 가득한. 이 사진의 천장에 있는 철로는 당시 폴란드 수용소로 향하는 철로였다던가.. 아무튼 뭔가 너무 죽음이 느껴져서 우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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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굉장히 대충 훑어보고, 다시 집으로 걸어오는데 날 흐려져서 미친 듯이 추워지고 ㅠ_ㅠ

돌아오는 길에 Rhodes Hall이라고 어찌보면 딱히 역사랄 것도 없는 이나라의 유적지랄까. 스톤마운틴의 돌로 만든 1920년대의 집인데, 나름 historical site로 지정되어 있는데, 무려 대여도 해준다. 종종 여기서 결혼식 하는듯. 그래서 오늘도 결혼식하고 사진 찍고 있던 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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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오랜만에 사진기 들고 동네산책을 하고, 무려 찍은 당일 따끈따끈하게 올리는 일기!

건강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나의 식생활.

요즘 25프로는 대단히 건강하고, 75프로는 대단히 그렇지 못한, 전반적으로 대단히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에서 목요일은 집이 아닌 디씨로 출장을 오는데,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늘 밖에서 사먹으면 얼마나 피곤하고 몸에 좋지 않은지에 대해 걱정하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듯;; 물론, 출장 초기엔 여기저기 다니면서 새로운 동네의 맥주집은 모두 방문해줄 기세로 다녔지만, 일단 이 동네에 맥주집이 딱히 다양하지 않고, 여기로 출장다닌 지도 어언 3개월차에 접어들면서, 딱히 새로운 음식점에 가볼 의욕이 나날이 사그라들어서, 오히려 출장지에서는 대단히 건강하게 먹고, 집에가서 폭식 및 폭음;

출장지에서의 하루/혹은 식사란 대략 이러하다. 아침으론 과일과 요거트, 커피, 배고프면 오트밀에 혹은 쿠키까지. 일단 난 원래 가만 두면 과일 거의 안 먹고, 원래 요거트도 좋아하지 않았으니, 상대적으로 상당히 건강한 것. 점심으론 옵션이 거의 없어서, 회사 카페테리아, 치폴레, 파네라 이 세가지 중 돌아가며 먹는데, 카페테리아에 있는 음식중 조리된 음식은 멀쩡한 맛이 나는 것이 없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샐러드바에서 풀을 먹고, 멕시칸 조립식 패스트푸드 점인 치폴레(이거 누가 수입 안해가나;) 에서 먹을 땐 밥과 콩을 좋아하지 않으니 샐러드를 먹고 (물론 고기는 듬뿍 넣어서), 파네라에선..모르겠다. 물론, 이 것들은 기분상 건강한 것으로, 어쩌면 그다지 건강하지 않을지도;; 그리곤 일,이주일에 한번정도는 다른 사람들과 저녁 먹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주차장을 공유하고 있는 그로서리에서 샐러드바/핫바. 그리곤 월요일 밤에 과일을 일주일 치 사서 일주일 있는 동안 무조건 먹는 것. 심지어 가끔은 브로콜리나 벨페퍼 따위도 사서 씻어 먹는다-_- 물론 저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또 말도 안되게 풍성한 저녁식사를 하긴 하지만 ㅠ_ㅠ (25프로도 많이 쳐준 거려나;;)

근데, 문제는 쓰다보니 특별히 건강하지도 않은 것 같은 3.5일을 보내고 집에 가면 왠지 온갖 종류의 식탐이 폭발한다는 것. 일단 요즘 날씨도 그러하고, 원래 밥은 안먹어도 국을 매우 즐기는 인간인지라, 국, 그것도 육개장 같은 진하고 강한 국이 먹고 싶어지고, 회는 늘 먹고싶고, 고기고기고기고기고기가 먹고 싶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고추장 양념에 라면에 짜파게티까지. 그리고 또 무엇보다 알코올에 대한 열망도 굉장해져서, 폭음/폭식의 대향연을 벌이다 온다는 것. 분명히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도 하루이상은 외식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도 꼬박꼬박 본다. 지금이 아니면 없을 기세로 고기나 생선을 먹는다; 당장 지난 주만 해도, 목요일, 8시도 넘어 도착했지만, 어찌되었든 배가 고프니 예전에 해두었던 염장연어 (그라브락스) 한덩어리를 잽싸게 해치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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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냉동실에 잠자고 있던 별 맛이 없는 – 정말로 맛이 대단히 심심한 – 대구살 덩어리를 녹였다가 무려 부지런함 돋게도 전 부쳐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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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기도 하고, 썩 좋아하지도 않아서 정말 왠만하면 뭔가를 기름에 구워먹는 건 잘 안해먹는데, 그나마 생선전은 원래 좋아하는데다가, 정말 대구살이 너무 심심해서 대체 어떻게 먹어야할지 감이 안와서;; 저렇게 먹고 금요일엔 먹고 싶었던 짜파게티를 먹었는데, 짜파게티 이외엔 유일하게 사천짜파게티로만 외도했던 짜파게티 외길 인생에서, 왠지 궁금해져서 사와본 일품짜장은 워낙 오랜만에 짜파게티를 먹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맛이 꽤나 좋더라. 힘을 내서 저녁은 샤브샤브를 직접 집에서 해먹고, 그와 함께한 사케 덕분에 다음날은 일어나니 오후였지만, 그때까지도 배가 꺼지지 않아서 우왕좌왕하다가, 마침 있던 저녁 약속에 가서 또 배가 터져라 회와 기타를 먹고도 커피까지 마시고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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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점심은 샤브샤브 만들려고 나갔던 날 산 고등어를 먹지 않으면 상할 거 같아서 점심으로 고등어 한마리를 야무지게 먹어주고, 역시 왠지 눈을 사로잡아서 산 좀처럼 먹지않는 돼지고기 항정살까지 구워먹은 데다가, 그러고 나니 몸이 탄수화물을 부르기에 심지어 금요일에 남은 샤브샤브 국물에 칼국수도 말아먹었다고 쓰고 있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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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식단일기를 쓰라고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오는구나.

분명히 뭔가 요즘은 건강하게 먹는다고 생각해서 쓰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이상하다.
왜 살이 찌는지 궁금하지가 않다.

쓰다보니까, 근래 재밌게 보는 웹툰인 먹는존재의 한컷이 떠올랐다. 난 풀도 많이 먹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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